지리산 품은 현기스님 감자조림 > 운성스님 붓다꽃씨편지


운성스님 붓다꽃씨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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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품은 현기스님 감자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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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25.04.07 조회56회 댓글0건

본문

#운성스님_붓다꽃씨편지 

 

⚘️ 지리산 품은 현기스님 감자조림 ⚘️

 

지리산 대원사 선원禪院에서 

동안거를 보낸 그 해 해제날이 다가올 쯤

원만한 한 철 수행을 보내고 나니

이 도량과 道의 인연이 

사뭇 깊음을 스스로 알 수 있었습니다.

해제를 했으나 뜻있는 몇몇 도반들이

떠나지않고 그대로 남아 다시

21일 용맹정진을 하자 결사를 맺었습니다.

 

상판 하판 구분없이 돌아가며 죽비 잡고

큰방을 24시간 열어 하루 한끼 먹으며

모두가 도반이고 스승이 되어 준 시간!

밤이고 낮이고 등을 바닥에 붙이지않고

온전히 깨어 좌선과 행선을 반복하며 

화두 속으로 혼신을 던져 참선하는 

말 그대로 용맹정진이었습니다.

 

아픈 이 없이 원만히 정진을 다 마친 우리는

지리산을 한 바퀴 순례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렇게 오른 상무주암 이었고

그렇게 친견한 현기 선사 셨습니다.

홀로 40여년 간 지리산 해발 1100m고지

심심산골암자 상무주암에서

손수 밭갈고 청소하고 부처님께 공양올리며

예불 참선 묵묵히 정진해오시던 그 어른..

비구스님 처소에 비구니스님들

절대 재워주지 않으시는 원칙 명확하시던 

그 어른이.. 우리를 하룻밤 재워주셨습니다.

 

촌철살인의 선문禪問을 쏟아내는

우리 스님들의 걸망을 바라보시며

"옳지! 공부를 해야 이렇게

 질문꺼리도 생기는 법이지!

 요즘 같이 공부들 안하는 시절에..

 좋은 공부환경 갖춰줘도 공부 안하는

 비구스님들에 비해.. 이 비구니스님들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임에도

 이토록 간절히 참선을 하다니..

 참 귀하다 귀해 !" 하셨습니다.

 

저녁은 우리가 가져간 재료로

스님께 찹쌀옹시미 미역국을 끓여드렸어요. 

"신통하다 신통해!" 하시며 잡수신 스님.

 

우리 스님들끼리 의논 결과

"막내스님(저)이 그 좋은 목소리로 

이 상무주암 허공에

도량석, 종성 한번 음성공양 올리고

스님이랑 새벽예불 해 보자"

되었습니다.

영광 중의 영광이라.. 

지리산 봉우리마다 저렁저렁 울리도록

염불을 올리고, 스님의 죽비 맞춰

새벽 입선入禪을 들이고

앞마당을 행선行禪하는 우리 모두 

간절 절切 자 하나 뿐 말이 필요없었습니다. 

 

아침 태양이 떠오른 걸 보시며

직접 하나하나 손가락 짚어가며

"저그가 반야봉이여~ 저그는 ㅇㅇ봉이고~"

하시며 무슨 당신 앞마당 뜰에 핀 꽃말 읊듯

즐거워하시며 알려주시다가도

문득 문득 멈추고 숨을 쉬셨습니다.

그 심정 감히 알 것 같아

가슴 언저리가 뜨거워졌습니다.

 

아침공양 당번은 스님이셨지요.

그래도 어찌 스님께 받아먹겠어요?

막내인 제가 스님 도우미를 자원했죠.

오늘 메뉴는 밥, 감자조림, 김치 

근데 스님의 공양간이 

기가막힌 최신식 인겁니다.

그저 화구 2개인 가스렌지에 

좁은 산골암자 부엌이 뭐가 최신식이냐..

 

밭에서 캐다놓은 감자 채소가 주재료요,

창문을 여니 지리산 천왕봉이 양념이고,

감자 숭덩숭덩 쪼개 

채수물, 간장, 매실엑기스 

압력솥에 한꺼번에 넣고 익히는 동안,

리모콘을 누르니 벽에 걸린(스님이 다신)

조그만 TV에서 아침뉴스가 흘러나옵니다.

예전엔 라디오가 있던 자리가 TV로 바뀐 것

 

지리산 자락에 깃들어 은둔하며 살아도 

세상사 중생살이 고통받는 지점은

보고 듣고 있어야만 하는 까닭이 있으니.. 

날씨의 변화 따라 암자의 살림살이 

오늘의 할 일이 달라질 것이니

늘 깨어있어야 할 일이고,

세상 중생들이 뭘 고통스러워 하고 있는지

저들을 어찌 도울지 놓치지 않으려거든

늘 깨어있어야 할 일입니다.

해인사 고운암에서도 꼭꼭 9시 뉴스는 

챙겨보시는 노스님이 떠올랐습니다.

 

"여기서, 딱 요 시간에 봐! 여 붙여놓으니 

 불편해서도 잘 안 보게되서 좋아."

 

세상 뉴스가 한바탕 흘러가고 나니

어느덧 감자조림이 달큰한 내음을 뿜어냅니다. 

참기름 깨소금 있으면 두르고 

없으면 고만인데, 그 맛이 얼마나 

기가 막힌지.. 아직도 그 아침 

스님의 감자조림 레시피와 

세상사 묵연히 듣고 계시던 옆모습과

슬픔 고인 그 까만 눈동자 

잊을 수가 없습니다.

 

스님께서 입적하셨다는 소식이

들려 옵니다. 척량골을 곧추 세웁니다.

무상無常하여 그대와 나 

이렇듯 자유롭습니다.

 

"화두가 살아있다면, 어디든 한곳이야! "

 

네 스님.. 암요 !

잘 다녀 오십시오 스님 !

'지금 여기' 오롯이 '살아' 있겠습니다.

 

[지리산 상무주암

 무주당 현기 대선사 원적]

http://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423824

 

#현기스님

 

*스님사진은 조현 님께 모셔왔습니다

 이 사진이 가장 스님을 잘 드러낸 것 같아서요

 

*스님이 머물며 지켜주시던 

지리산 남쪽 초입의 산불이 

하루빨리 진화되고 큰 비가 내리길...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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